6부: 기억의 연못

6부: 기억의 연못

연못 위로 떠오른 빛은 리아와 세윤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리아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을 느꼈다. 그 장면 속의 리아는 홀로 앉아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이게... 내 모습인가?"
리아는 중얼거렸다.

세윤 또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도시의 높은 건물 사이, 혼자 걷던 어린 세윤은 차가운 시선들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세윤이 마치 오래된 흉터를 다시 들춰내는 것처럼 아팠다.

"우리가 왜 이런 장면을 보고 있는 걸까?"
세윤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 연못의 물결이 잔잔히 흔들리며 또 다른 이미지를 비췄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함께 나타났다. 리아는 호숫가에서 스케치를 하던 장면, 그리고 그 옆에서 세윤이 처음 말을 건네던 순간이 비춰졌다.

"소망은 서로를 마주한 순간부터 이어진다."

연못 속 빛의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단호했다. 리아와 세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소망이 이어진다는 말인가 봐."
리아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 순간, 연못 위의 빛이 모여들더니 작은 구슬 형태로 응집되었다. 그것은 리아와 세윤이 호수 섬에서 발견했던 구슬과 비슷해 보였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빛났다. 구슬은 천천히 떠오르며 두 사람 사이에 멈춰 섰다.

"이건 또 다른 열쇠인 것 같아," 세윤이 말했다.
리아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 구슬을 받았다. 구슬을 손에 쥐는 순간, 머릿속에 새로운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마을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장소, 커다란 나무 아래 묻혀 있는 상자 같은 이미지였다.

"세윤, 봤어요? 나무 아래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아요!"
리아가 말하자, 세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나무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두 사람은 기억을 더듬으며 이미지를 떠올리려 애썼다. 그리고 리아가 작은 탄성을 질렀다.
"마을 북쪽 언덕에 있는 그 커다란 느티나무요! 제가 전에 스케치를 했던 곳이에요."
"좋아, 그럼 그곳으로 가자!"


두 사람은 동굴을 빠져나와 마을 북쪽 언덕으로 향했다. 그곳은 리아가 자주 찾던 장소였기에 그녀에게는 익숙했지만, 세윤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언덕에 도착했을 때, 오래된 느티나무는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여기예요," 리아가 손으로 나무 아래를 가리켰다.
"구슬이 보여준 이미지에 따르면, 바로 이 나무 아래 뭔가가 묻혀 있을 거예요."

세윤은 주위를 살피다 나뭇가지 밑둥 근처에서 눈에 띄는 흔적을 발견했다. 땅이 다른 곳보다 부드러워 보였고, 무언가가 묻힌 것처럼 살짝 움푹 파여 있었다.
"여기다!"
세윤은 손으로 흙을 파기 시작했고, 리아도 함께 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작은 나무 상자 같은 것을 발견했다. 상자는 오래되어 낡았지만, 여전히 단단했다. 상자 위에는 리아와 세윤이 동굴과 섬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또 다른 구슬과 함께 오래된 두루마리가 들어 있었다. 리아가 두루마리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그 안에는 마치 지도처럼 보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중앙에는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호수가 중심에 있었다.

지도 아래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빛은 모든 소망이 모일 때 그 힘을 발한다."

리아는 두루마리를 들고 세윤을 바라보았다.
"모든 소망이 모인다니, 우리가 찾은 이 구슬들과 관련된 것 같아요. 이걸 모두 모아야 무언가가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

세윤은 상자 안에서 꺼낸 구슬을 손에 들고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찾은 게 두 개야. 남은 구슬은 어디에 있을까?"

리아는 두루마리를 다시 살피며 말했다.
"지도에 표시된 장소가 있어요. 다른 두 장소도 찾아보면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두루마리에 새겨진 다음 장소는 마을 남쪽의 오래된 절벽 근처였다. 그곳은 마을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었고, 누구도 자주 가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절벽 근처라니...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리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가야 해. 우리가 가야만 모든 걸 풀 수 있어."
세윤은 단호히 말했다.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호수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점점 더 깊고 넓은 비밀로 이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마주할 다음 장면이 무엇일지 상상하며 서로에게 의지했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은 다음 장소를 향해 힘차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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