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실수는 새로운 시작을 만든다

첫 출근날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채로 영구는 다음날 아침을 맞았다. 그는 어제와 똑같이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약간의 자신감을 되찾으려 애썼다. "다 잘할 수는 없지. 실수에서 배우는 거야."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의지는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팀장인 고 대리가 급하게 그를 불러냈다.
"영구 씨, 어제 정리한 자료 있죠? 클라이언트에게 바로 보냈는데, 오류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네? 오류요?"

영구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는 어제 자료를 검토하며 나름 신중하게 작업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에 쫓겨 몇 가지 중요한 항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괜찮아요. 누구나 처음엔 실수하는 거니까요. 다만, 오늘 중으로 수정된 자료를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영구는 팀장에게 사과하고 곧바로 자리에 앉아 실수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어제 보낸 자료는 클라이언트가 신제품 출시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참고하는 보고서였다. 그가 놓친 부분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더욱 초조해졌다.

그 순간, 옆자리의 동료인 정 과장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처음엔 다 그래요. 중요한 건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느냐죠. 내가 도와줄 테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정 과장은 사무실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배 중 한 명으로, 늘 차분한 태도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정 과장의 도움 덕분에 영구는 자료를 빠르게 수정할 수 있었다. 그는 수정된 보고서를 팀장에게 제출하며 다시 한번 실수를 사과했다. 고 대리는 보고서를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다음부턴 시간을 조금 더 쓰더라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영구는 고 대리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신이 미숙함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은영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은영은 첫날보다 훨씬 편안하게 대화하는 영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좀 나았죠?"
"솔직히 아직 정신이 없어요. 하지만 실수 덕분에 배운 것도 많아요."
"그럼 된 거예요. 실수도 성장의 일부니까요."

은영의 긍정적인 말은 영구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는 앞으로 회사 생활에서 겪을 다양한 어려움을 조금 더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또 다른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고객 응대 업무였다. 고객의 요청 사항을 팀장에게 전달하는 간단한 업무였지만, 고객과의 전화 통화는 그의 손에 식은땀이 맺히게 만들었다.
"네, 고객님. 말씀하신 내용은 제가 바로 확인해서 회신 드리겠습니다."
영구는 최대한 친절하게 대응하려 노력했지만, 통화가 끝난 후에도 뭔가 빠뜨린 게 있는 듯한 찜찜함이 남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고객이 요청했던 일부 사항을 빠뜨렸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번에도 정 과장이 나서서 그를 도왔다.
"전화는 누구나 어려워해요.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밖에 없죠. 중요한 건 다시 확인하고 바로잡는 거예요."

정 과장의 조언에 따라 영구는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빠뜨린 내용을 전달했다. 그는 통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적어도 상황을 바로잡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날 퇴근길에 영구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회사에서 겪은 크고 작은 실수들, 그리고 그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도움을 준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혼자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다시 다짐했다.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영구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작지만 단단한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그의 두 번째 직장 생활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영구는 몰랐다. 그의 작은 실수들이 앞으로 더 큰 기회를 가져다줄 씨앗이 될 것이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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